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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x90반응형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도서의 책소개로 지난 2023년 4월, 국내에 출간되자마자 ‘편집장의 선택’, ‘오늘의 책’ 등에 선정되며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자리를 석권하고 12개 언론사 주요 지면에서 극찬받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이 알라딘 한정 리커버 특별판으로 새롭게 나왔다. 기존 표지가 카밀라 팡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제목이 주는 힘에 무게를 더하는 디자인이었다면, 이번 한정판 리커버는 저자의 친필 메시지에 따뜻한 위로를 가득 담아 독자들께 전달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도서의 책소개
과학은 성공만큼이나 실패에서 배우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그렇다고. 삶이 나아지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느리고 점진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일은 그래서 느릴 수밖에 없다. 변수를 바꿔가며 수없이 실험을 거듭하듯, 삶을 통해 실험하고, 실패하는 실험을 즐기며, 혼자서 해내는 과정을 누리라는 것이 결국 카밀라 팡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이 책의 시작도 사실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지도교수는 훌륭한 글이지만 논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밀라는 굴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인간 사용 설명서’를 탄생시켰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머신러닝을 통해 가장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법을, 단백질 결합과 파동이론을 통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열역학을 통해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법을, 양자물리학을 통해 목표를 이루는 법을, 딥러닝을 통해 실수에서 배우는 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책을 읽는 것은 말 그대로 관찰과 계산, 실험을 통해 삶과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제1장에서는 기계가 창의성이나 융통성, 감정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면에서 인간의 뇌를 대체하기에 부족하지만, 사고와 의사 결정을 더 효율적으로 하는 법에 관해서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와 선택지에 압도당할 때 말이다. 여기서 저자는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하는 두 방식인 ‘지도 학습’과 ‘비지도 학습’을 ‘상자 속에서 생각하기’와 ‘나무처럼 생각하기’ 방식으로 대조해 설명한다. 의미 있는 의사 결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 하는 ‘네’ 혹은 ‘아니요’ 같은 이분법의 상자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선택의 기준보다 항상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의사 결정을 앞둔 우리의 감정, 야망, 희망, 공포 같은 데이터를 발굴하고, 그것들이 모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해야 비로소 진짜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과학의 가르침이다.
제3장에서는 방 청소 문제로 엄마와 갈등을 빚은 에피소드를 꺼내며, 방 정리가 힘든 것은 우주의 이치라는 재치 있는 위로를 우리에게 건넨다.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르면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한다. 즉 만약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는, 그러니까 우리의 방은 필연적으로 더 무질서해진다는 것이다. 집을 깔끔하게 정돈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자연히 무질서로 향하는 환경에서 엔트로피를 낮추려 애쓰기 때문이며, 방을 정리하라는 엄마의 요구는 그저 게으름을 극복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열역학의 근본 원리에 대항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는 아주 과학적인 핑계거리까지도 제공한다 .저자소개 카밀라 팡 (Camilla Pang)
자폐인 과학자. 여덟 살 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진단받았다. “전형적인 자폐로 분류하기에는 너무나 ‘정상’으로 보여서 종종 고기능 자폐로 불리지만, 보통의 신경전형성으로 분류하기에는 너무나 괴이한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진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한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 생물화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생물화학, 물리학, 화학, 통계학, 역학, 광학, 컴퓨터과학, 정보과학 등 광범위한 과학기술을 활용해 생물학을 해석하고 질병의 영향을 조사하는 생물정보학 분야에서 과학자로 일하고 있다. 2020년 첫 책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저서로 영국왕립학회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과학책 상을 역사상 최연소이자 백인 외 인종으로서는 최초로 수상했다. 영국왕립학회는 1660년 창립 이래로 스티븐 호킹, 빌 브라이슨 등 뛰어난 수상자를 배출해온 유서 깊은 아카데미다.
최근작 :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리커버 특별판)>,<남달라도 괜찮아>
발췌문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괴상한 칵테일처럼 뒤섞인 내 신경다양성이 축복이기도 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신경다양성은 내 삶의 강력한 무기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완벽하게 분석하는 정신적 도구가 되어 나를 무장시켜주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졌다는 것은 내가 세상을 다르게, 편견 없이 본다는 뜻이었다. 불안과 ADHD는 내가 ‘스카이콩콩’을 타듯 지루함과 강력한 집중 상태를 넘나들면서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며, 내가 처한 각각의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온갖 결과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해주었다. 나의 신경다양성은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와 관련된 질문을 수없이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그 질문들에 답할 능력도 주었다.
데이터를 분류해서 의사결정나무를 세울 때에야 비로소 당신 앞에 펼쳐진 선택지들을 탐색할 방법을 볼 수 있고, 의미 있는 결과(예를 들면 ‘그것이 나를 행복하고 충만하게 해줄까’)에 근거한 의사 결정에 도달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 하는 ‘네’ 혹은 ‘아니요’ 같은 이분법적 결정보다 항상 더 복잡하다. 우리는 즉각적인 선택 기준보다 더 깊이 파고들어서 의사 결정을 앞둔 우리의 감정, 야망, 희망, 공포 같은 데이터를 발굴하고, 그것들이 모두 어떻게 연결되며, 어떤 것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특정 선택이 우리에게 가져다주거나 가져다주지 못할 것을 더 현실적으로 볼 수 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관한 기본 원칙을 근거로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우리 주변에 흩뿌려진 상자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일은 줄인다. 이 상자들은 그저 우리의 감정적 응어리와 즉각적인 본능을 나타내며, 이렇게 쌓여있는 상자 속에는 행동하는 법에 관한 사회적 ‘의무’(“젊었을 때 세상을 돌아다녔어야 했는데”, “해외에서 위험한 직업을 갖는 대신 정착했어야 했는데” 등등)가 종종 들어있다. 정신 건강의 변동성은 자연스럽게 이런 상자들을 열어젖히기 때문에 종종 승산 없는 싸움으로 여겨지곤 한다.
엄마와 방 청소 문제로, 그리고 엉망이라는 상태를 구성하는 요소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으로 언쟁해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어수선한 내 왕국은 게으름보다는 불안의 결과였다. 훈련되지 않은 눈에는 혼돈의 광경으로 보이겠지만 내게는 개인 용도에 맞춰진 상태였고, 모든 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내려놓은 자리에 있었으며,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의 장소에 자연스럽게 놓여있었다. 바닥 한가운데에 흩어져 있는 소지품들은 아무렇게나 놓인 게 아니라 어디에서든 내 손에 닿도록 배치한 것이었다. 비록 엄마와의 논쟁에서는 감히 말하지 못했지만 내 방의 수상쩍은 상태는 열역학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열역학은 에너지가 어떻게 움직이고 전달되는지를 설명하는 학문으로 물리학의 한 분야다. 열역학 법칙은 만약 그대로 내버려 두면 시간이 흐를수록 우주는 필연적으로 더 무질서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니 질서를 세우려는 우리의 모든 노력은 열역학 제2법칙을 거스르는 일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계系(경계나 수학적 제약으로 정의된, 실제 또는 상상적인 우주의 일부분. 주위와의 관계에 따라 닫힌계, 열린계, 고립계로 구분된다‒옮긴이)에서 엔트로피(대략 ‘무질서’라고 보면 된다)는 항상 자연스럽게 증가하며,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줄어든다고 일러준다. 따라서 어수선한 방은 아마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근본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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