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베일리

book 소개

  • 2024. 1. 2.

    by. 도니써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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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맡겨진 소녀

       

       

      맡겨진 소녀 도서의 책소개로 자국 아일랜드에서는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올랐으나 2021년부터 미국 독자 대중 사이에 서서히 화제가 되더니, 이제는 독자들이 잃어버린 시간을 벌충하려는 듯 애타게 찾는 소설가가 있다. “한 세대에 한 명씩만 나오는 작가”로 불리는 아일랜드 현대문학의 대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이야기다. 『맡겨진 소녀』는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클레어 키건의 작품이다. 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이 책은 2010년 2월 《뉴요커》에 축약본으로 먼저  발표되었다가, 같은 해 10월에 중편소설로서는 이례적으로 단독 출판되었다. 아일랜드에서는 출간 이래로 교과과정에 줄곧 포함되어 자국의 국민 모두가 읽는 소설로 자리 잡았다.

       맡겨진 소녀 도서의 책소개

      이 책은 아일랜드 시골에 사는 어린 소녀가 먼 친척 부부의 집에서 보내는 어느 여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책에는 정확하게 명시되지 않지만 소설 속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아일랜드 단식 투쟁”이라는 말로 1980년대 초반이 이야기의 배경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이가 많은 가난한 집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지내던 소녀는, 또 다른 아기를 임신한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기 전까지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의 집에 맡겨진다. 그리고 그 집에 도착해 마주하는 것들은 소녀가 그동안 겪어온 일상과는 완전히 상반된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손 한 번 잡아준 적 없는 무심한 아빠와는 달리 손을 잡고 보폭을 맞춰 걸어주는 어른을 만나, 소녀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들을 마주한다. 살뜰한 관심과 배려로 소녀를 돌보는 아주머니와 겉으론 무뚝뚝해 보여도 다정히 마음을 전하는 아저씨가 있는 집.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가족의 모습을 통해 소녀가 난생처음 겪어보는  사랑과 다정함이 더욱 따뜻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사실 이러한 줄거리 자체는 전혀 새로운 것이라 할 수는 없는데, 작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것이 오히려 바로 이 지점이다 . 키건은 이 오래되고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나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들려줌으로써 그 어떤 이야기와도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또한 아이를 화자로 하는 대개의 소설들이 ‘아이의 조숙함’을 편의적으로 채용하는 것과 달리, 이를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키건의 소설이 지닌 특징 중 하나다. ‘어린이를 화자로 한 소설 중 최고의 걸작’이라는 《뉴욕 타임스》의 찬사에 걸맞게, 키건은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기라도 한 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한 작가와의 대화에서 그는, 자신이 등장인물을 둘러싼 디테일을 발견해냈는데 그중 하나가 ‘어느 날 밤 킨셀라 부부가 자신들의 침대에 누워 이 가엾은 소녀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충분히 감동적인 순간을 떠올리고도 그 장면을 본문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그는 “화자인 어린 소녀는 그 일을 모른다. 소녀가 알 수 없는 것은 나 또한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그래서인지 소설 속 소녀는 어른들의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규칙에 익숙하지도 않고, 킨셀라 부부가 지닌 과거의 슬픔을 완벽히 이해하지도 못한다. 그 대신 순수하면서도 불안으로 가득찬 눈으로 어른들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욱 깨끗한 희망과 생생한 슬픔을 품게 한다. 즉, 등장인물이 원했던 바를 독자가 함께 기대하도록 만들고, 그들이 바람을 이루지 못했을 때 엄청난 비통을 독자에게 전달하게 된다.

       저자소개 클레어 키건 (Claire Keegan)

      1968년 아일랜드 위클로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로욜라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정치학을 공부했다. 이어서 웨일스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 학위를 받아 학부생을 가르쳤고, 더블린트리니티칼리지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가디언》은 키건의 작품을 두고 “탄광 속의 다이아몬드처럼 희귀하고 진귀하다”라고 평한 바 있다. 이는 그가 24년간 활동하면서 단 4권의 책만을 냈는데 그 모든 작품들이 얇고 예리하고 우수하기 때문이다. 키건은 1999년 첫 단편집인 『남극(Antarctica)』으로 루니 아일랜드 문학상과 윌리엄 트레버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7년 두 번째 작품 『푸른 들판을 걷다(Walk the Blue Fields)』를 출간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가장 뛰어난 단편집에 수여하는 에지 힐상을 수상했다. 2009년 쓰인 『맡겨진 소녀』는 같은 해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했고 《타임스》에서 뽑은 ‘21세기 최고의 소설 50권’에 선정되었다. 최근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오웰상(소설 부문)을 수상하고,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이 책은 ‘역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가장 짧은 소설’로도 알려져 있다.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하며 불법적인 잔혹 행위를 저질렀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자칫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이 작품은 현재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가 직접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로 제작 중이다. 최근작 : <이처럼 사소한 것들>,<[큰글자도서] 맡겨진 소녀>,<맡겨진 소녀> 

       발췌문

      엄마는 할 일이 산더미다. 우리들, 버터 만들기, 저녁 식사, 씻기고 깨워서 성당이나 학교에 갈 채비시키기, 송아지 이유식  먹이기, 밭을 갈고 일굴 일꾼 부르기, 돈 아껴 쓰기, 알람 맞추기. 하지만 이 집은 다르다. 여기에는 여유가, 생각할 시간이 있다. 어쩌면 여윳돈도 있을지 모른다.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은데 거기엔 또 다른 것,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나는 정말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지만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서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오솔길을 따라 밭을 다시 지나올 때 내가 아주머니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없으면 아주머니는 분명 넘어질 것이다. 내가 없을 때는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다가 평소에는 틀림없이 양동이를 두 개 가져왔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는 이런 기분을 또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그랬던 때가 생각나지 않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억할 수 없어 행복하기도 하다.
      킨셀라 아저씨는 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고마워요, 밀드러드. 얘를 맡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말한다. “참 조용하네요, 얘는.”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죠. 이런 애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요.” 아저씨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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