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베일리

book 소개

  • 2024. 1. 7.

    by. 도니써

    목차

      728x90
      반응형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도서의 책소개로 ‘함께 성장해나가는 우리 세대의 소설가’를 갖는 드문 경험을 선사하며 동료 작가와 평론가, 독자 모두에게 특별한 이름으로 자리매김한 최은영의 세번째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가 출간되었다.
      2023년 데뷔 10년을 맞이하는 최은영은 그간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는 인물의 내밀하고 미세한 감정을 투명하게 비추며 우리의 사적인 관계 맺기가 어떻게 사회적인 맥락을 얻는지를 고찰하고(『쇼코의 미소』, 2016), 지난 시절을 끈질기게 떠올리는 인물을 통해 기억을 마주하는 일이 어떻게 재생과 회복의 과정이 될 수 있는지를 살피며(『내게 무해한 사람』, 2018), 4대에 걸친 인물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감으로써 과거에서 현재를 향해 쓰이는 종적인 연대기(年代記)가 어떻게 인물들을 수평적 관계에 위치시키며 횡적인 연대기(連帶記)로 나아가는지를 그려왔다(『밝은 밤』, 2021).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도서의 책소개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는 희미한 빛을 찾아 어두운 허공을 오래 찬찬히 응시한 자의 고요와 열기를, 마치 한 자루의 초에 불을 붙이고 그것이 타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행위와 같은 경건함으로 그려낸다. 이런 문장은 당해낼 길이 없다. 나는 늘 최은영에게 다른 것을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늘 이것을 바라왔다는 걸 깨닫는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읽을 때마다 생판 다른, 최은영은 그런 작가다. 
      최은영은 정치적 치열성에 걸맞은 빈틈없는 서사의 힘을 구사하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그는 편재(遍在)하는 권력과 그 압도적 기울기, 편재성(偏在性)을 추적한다. 그는 ‘갑을’을 넘어 갑을병정의 세계를 드러낸다. 우리는 그의 문학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지 않는지를 알게 된다. 이것은 축복이고 해방이다. 이보다 더 강력한 문학의 존재 이유는 없다. 그의 문장은 미시와 거시, 로컬과 글로벌, 다정함과 외로움, 분노와 체념의 살얼음판이다. 우리의 일상이 여기 있다. 긴장과 부드러움이 교차하는 그의 문장에 잠겨들 무렵, 우리는 정신을 차리고 운다.  
      그러니 최은영의 인물들이 특별히 더 작고 연약하게 느껴진다고 할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는 작고 연약한 면을 최은영의 소설이 기민하게 포착할 줄 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작아지고 연약해진 덕분에 연결된 타인을 통해 영향을 받고, 변화할  용기를 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최은영의 화자들 중 결말에 이르러 바뀌지 않는 인물은 거의 없다. 최은영의 인물들은 약자로서의 자기 자신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아닌 스스로를 성찰하기를 망설이지 않음으로써 회복하는 자리에 있고자 한다. 소란으로 가득찬 침묵 속에서, 각각의 존재가 품고 있던 목소리의 빛깔을 찾아주는 방식으로 최은영은 회복하는 이야기를 쓴다. 

       저자소개 최은영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장편소설 『밝은 밤』이 있음. 허균문학작가상, 김준성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
      수상 : 2021년 대산문학상, 2018년 한국일보문학상, 2017년 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 이수문학상), 2017년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2016년 허균문학작가상, 최근작 : <푸른색 루비콘>,<방황하는 소설>,<밝은 밤 (특별 한정 에디션)>
      최은영(지은이)의 말 : 나의 결핍을 안고서 그것을 너무 미워하지도, 너무 가여워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슬프면 슬프다는 것을 알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면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서 나를 계속 지켜보는 일. 나는 지금 그런 일을 하는 중인 것 같다.

       발췌문

      나는 아직도 그 말을 하던 사람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가 잔인함을 잔인함이라고 말하고, 저항을 저항이라고 소리 내어 말할 때 내 마음도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날것 그대로 말하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로는 덜 외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그럴 수 없었던, 그러지 않았던 내 비겁함을 동시에 응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막연하게나마 그녀를 따라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나와 닮은 누군가가 등불을 들고 내 앞에서 걸어주고,  내가 발을 디딜 곳이 허공이 아니라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기를 바랐는지 모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빛, 그런 빛을 좇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 빛을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에게서 보고 싶었다.


      그대로라는 말이 거짓인 것만은 아니었다. 그대로라고 말하는 것은 그 많은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예전의 당신이 존재한다고, 그 사실이 내 눈에 보인다고 서로에게 일러주는 일에 가까웠다.


      당신은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글을, 그 누구도 논리로 반박할 수  없는 단단하고 강한 글을, 첫번째 문장이라는 벽을 부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글을, 그래서 이미 쓴 문장이 앞으로 올 문장의 벽이 될 수 없는 글을, 언제나 마음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언어로 변화시켜 누군가와 이어질 수 있는 글을.


      글쓰는 일이 쉬웠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어 공들이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당신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기로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 행복, 당신은 그것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