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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x90반응형어느 작가의 오후 도서의 책소개 소설가로서 가장 절정인 시기에 발표한 작품들에서 이전에 볼 수 없던 희망과 의지를 보여준 피츠제럴드.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과 에세이는 그런 작가의 모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꾸려졌다. 무라카미는 능숙한 라디오 진행자처럼 손수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하고, 중간중간 적절한 해설로 독서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간다. 《어느 작가의 오후》라는 한 권의 책을 매개로, 시대를 뛰어넘어 교감하는 두 작가의 모습이 보는 이를 뭉클하게 한다.
어느 작가의 오후 도서의 책소개
"하루키가 기획·편집·해설한 피츠제럴드 단편선"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의 출발점이자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라 칭한 스콧피츠제럴드. <어느 작가의 오후>에 실린 그의 후기 작품들은 <위대한 개츠비> 속의 들뜨고 흥청거리는 공기를 풍기지 않는다. 1920년대 뉴욕의 찬란한 호황기를 대표하며 절정에 달한 피츠제럴드의 명성은 대공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서서히 잊혔다. 성대한 파티의 뒤안길에서 그는 "인생이 낭만적인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너무 이른 시기에 거둔 성공의 대가이다."라고 쓸쓸히 읊조린다. 황폐한 내면은 예전처럼 "세련되고 도시적인 연애 소설" 같은 것은 쏟아낼 수 없게 되었지만, 깊은 무의 심연을 본 자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갖게 되었다. '나의 잃어버린 도시'에서 피츠제럴드는 뉴욕이라는 한 도시의 흥망성쇠에 비추어 생을 돌아본다. 뉴욕의 모든 것을 동경하며 사랑에 빠졌지만 누추한 현실과의 괴리로 고통받았던 대학 시절부터, 여전히 뉴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음에도 갑자기 "시대의 대변자"라는 자리에 올라 얼떨결에 맛본 달콤한 전성기, 화려한 시대의 도처가 유해한 독소로 가득 찼다는 것을 알아차릴 무렵 들려온 거대한 붕괴의 소리,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도시를 잃어버렸음을 깨닫고 작별을 고하게 되기까지. 뒤이은 '망가진 3부작'에서는 오랫동안 많은 것을 실제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하는 것처럼 착각하며 살았다는 깨달음의 순간이 담겼다. 그동안 세상의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 어떤 견고한 환영에 경도되어 살고 있었음을 자각하자 엄청난 충격과 함께 그 욕망은 산산이 부서져 사라진다. 그것은 무한한 자유를 선사하지만 동시에 삶의 추진력도 앗아가버린다. "이제 하고 싶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의 절망. 그 기나긴 우울의 끝에서, 사람은 이런 종류의 충격에서는 결코 회복될 수 없으며 그저 다른 새로운 사람이 될 뿐이라는 인식이 찾아오고 "나는 이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선언으로 나아간다. 이 두 에세이를 두고 하루키는 "긴 에세이를 쓸 때 나는 언제나 이 작품들을 염두에 둔다."고 말하며 피츠제럴드의 작품에서 글쓰기의 구체적인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그렇게 하루키가 직접 기획과 편집, 해설과 일본어판 번역을 맡아 세상에 나온 <어느 작가의 오후>가 알라딘 북펀드를 통한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서 드디어 출간되었다. 피츠제럴드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쓴 작품에서 나는 절망을 헤치고 나아가려는, 어떻게든 희미한 광명을 움켜쥐려는 긍정적인 의지와 작가로서의 강인한 본능을 보았다."라는 편집 후기가 수록작과 공명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소개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미국의 ‘재즈 에이지’와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대학교 재학 때부터 문학과 연극활동에 열중했고,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장교로 입대했다. 경험을 살려 장편소설 《낭만적 에고이스트》를 집필했고, 여러 번의 개작 끝에 《낙원의 이편》(1920)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책은 큰 성공을 거둔다. 유명 작가가 된 그는 과거 파혼당했던 상대인 젤다 세이어와 결혼에 성공한다. 미 동부와 프랑스를 오가며 화려한 생활을 하는 부부는 사교계의 중심이었고,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에스콰이어》 등 매체에 발표한 단편들 역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명성을 쌓아간다. 1925년 출간한 《위대한 개츠비》는 T. S. 엘리엇, 거트루드 스타인 같은 당대 최고의 문인들에게 ‘문학적 천재’라는 찬사를 받으며, 피츠제럴드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나는 결정적 작품이 된다. 그러나 1920년대 후반 미국 대공황과 함께 부부의 삶은 악화일로를 걷는다. 피츠제럴드는 성공을 이어가기보다는 성공에 압도되어 술에 기대게 되었고, 신경쇠약과 우울에 사로잡힌 아내 젤다와의 불화, 그녀의 입원 등으로 고통의 날이 이어진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필을 이어간 그는 계속해서 단편과 에세이를 발표했고, 상업적 성공은 이루지 못했지만 1934년 장편소설 《밤은 부드러워라》를 완성해 세상에 내놓는다. 생활고 때문에 할리우드로 옮겨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라스트 타이쿤》을 집필하던 그는 작품을 미완으로 남긴 채 194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최근작 : <초판본 위대한 개츠비>,<겨울 꿈>,<위대한 개츠비>발췌문
신선한 밤공기 속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그녀는 이 일―남편이 마일스 부인이 자리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핑계 삼아 즉시 자신을 따라 나오지 않은 일―로 인해 자신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처 받았다는 것 때문에 점점 더 화가 난 그녀는 가이드에게 호텔로 돌아가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다. 20분 후에 밖으로 나온 넬슨은 그녀가 가버렸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졌고, 그 때문에 화가 났다. 화가 난 데는 그녀를 혼자 내버려두었다는 죄책감을 숨기고자 하는 심리도 작용했다. 그들 자신도 믿어지지 않았지만, 갑자기 그들은 언쟁을 벌였다. 한참 후, 모든 소리가 사라진 보사다 마을에 정적이 내려앉고 시장의 유목 상인들도 후드 달린 외투를 입은 채 웅크린 자세로 꼼짝 않고 자고 있을 때, 그녀는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인생은 우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뭔가가 손상되었다. 둘 사이에도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수 있다는 어떤 선례가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은 사랑으로 맺어진 결혼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것은 다 이겨낼 수 있었다. 그녀와 넬슨은 외로운 젊은 시절을 보냈고, 그들은 이제 생생히 살아 있는 세계의 맛과 냄새를 원했다. 지금 현재는 서로에게서 그것을 찾고 있었다. 어느 음울한 일요일 밤, 빌은 특유의 거칠지만 너그러운 정의감을 발휘하여 모든 것을 매듭지었다. 그 정의감은 맨 처음 그녀로 하여금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여기게 했으며, 그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는 그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고, 그가 크게 성공하여 자만에 빠져 있을 때도 언제나 그를 참고 봐줄 만한 사람으로 있게 해준 바로 그 정의감이었다. “여보, 이 일은 내 문제야. 상황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내가 자제심이 없었기 때문이야. 우리 집에선 자제심이 전부 다 당신한테 몰려 있는 것 같아. 이제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밖에 없어. 당신은 지난 3년 동안 바라던 것을 정말 열심히 해왔으니 기회를 얻을 자격이 있어.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당신은 평생 나에 대한 원망스러운 마음을 가지게 될 거라고.” 그가 소리 없이 활짝 웃었다. “난 그걸 견딜 수 없을 거야. 아이한테도 좋지 않을 테고.” 결국 그녀는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비참한 기분이었지만, 동시에 안도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제 그녀에게는 빌 없이 자신이 존재하는 그녀의 작품 세계가 빌과 자신이 함께 존재하는 세계보다도 더 컸기 때문이다. 기뻐하고 안도할 수 있는 한 공간이 후회와 안타까움이 넘치는 다른 공간에 비해 한결 더 넓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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