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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728x90반응형황금종이2 도서의 책소개를 할텐데, 너나없이 ‘영혼까지 끌어당겨’ 투자를 하고,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평생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 김밥 할머니부터 다섯 살 아이에게 편법 증여를 하는 졸부들까지,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민낯은 극과 극을 오간다. 중요한 생존 수단이되 오히려 그것이 생존을 위협하는 냉혹한 돈의 아이러니, 과연 돈이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소설가 조정래가 오늘 이 통렬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황금종이2 도서의 책소개
회장의 지시로 해피에게 저녁을 주고, 똥을 치우고, 뒤까지 닦아주었다. 그런 개 새끼 뒷바라지에 전진혜는 배알이 뒤틀리고 있었다. 회장이 9시 뉴스를 볼 때 다시 어깨를 주물렀다. 그리고 10시에 회장을 침대로 옮겼다. 전진혜는 자기 방으로 들어오자 미뤄둔 계산을 시작했다. 한 달에 10만 원씩 저금해서 15억이 되려면? 볼펜으로 또박또박 적어가며 계산을 하고 나서 전진혜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 계산을 했다. 틀림없이 맞는 답이었다. 1,250년이 걸려야 15억이 모아졌다. 1,250년! 1,250년이 걸려야 모을 수 있는 돈을 단숨에 차지할 수 있다니! 전진혜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벌떡벌떡 뛰는 걸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어떻게 해서든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새롭게 결심하고 있었다. “그러자 한암 큰스님께서는 온화한 웃음을 넉넉하게 지으며 말씀하셨소. ‘돈을 씀도 그와 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싶소. 돈을 꼭 써야 할 때는 손바닥을 쫙 펴 흔쾌하게 시원하게 쓰고, 아껴야 할 때는 주먹을 꽉 쥐어 철저하게 야무지게 아끼는 것이오. 그런 분별을 갖게 되면 주위 사람들도 입을 가볍게 놀리지 못할 것이고, 더러 입 놀리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내 주관만 뚜렷하면 전혀 신경 쓸 것이 없소. 줏대 없고 내공 없는 사람들일수록 남의 얘기 하기 좋아하는 법이니까.’ ‘예에, 큰스님 말씀 평생 간직하겠습니다.’ 그 신도는 벌떡 일어나 한암 스님께 큰절을 세 번 올리고 물러갔다는 얘기요.” 손채경은 민노진 기자에게 배운 대로 한 글자, 한 글자에 정성을 들여가며 손글씨로 편지를 썼다. 처음에는 바로 A4용지를 펼쳐놓았지만 전혀 글이 쓰여지지 않았다. 초등학교때 작문을 하려고 종이를 펼쳐놓으면 무엇을 써야 좋을지 몰라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리는 것과 똑같았다. - 향기로운이끼‘대한민국 근현대 3부작’인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1천 5백만 독자들에게 우리 현대사의 참모습을 알리고, 장편소설 정글만리 풀꽃도 꽃이다 천년의 질문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어왔던 조정래 작가. 그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황금종이(전2권)를 출간한다. 원고지 약 1,800매 분량의 이 작품에서는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비극의 향연이 펼쳐지며, 황금만능주의로 비인간화되어 가는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갑자기 이모 댁에 일어난 송사로 골치가 아픈 박현규는 변호사인 친구 이태하를 찾아간다. 사촌 여동생이 아버지가 어머니 몫으로 남겨둔 유산마저 더 차지하려 소송을 걸었던 것이다. 신망이 두텁고 냉철한 변호사 이태하는 가족간에 법적 다툼까지 가기 전에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조언한다. 이처럼 이태하 변호사의 주변에는 돈 문제 때문에 갈등하는 이들의 호소와 발걸음이 이어진다. 대기업 간부로 일하는 두 고교 동창 박현규와 윤민서는 이태하에게 다양한 사건들을 소개하며 그의 신념과 활동을 지지한다. 돈 앞에선 핏줄도 흐려지는가. 동등하게 유산을 받으려는 딸들과 더 많이 가지려는 아들들의 난타전과 ‘금고 습격’. ‘없는’ 이들은 더 고달프다. 급작스럽게 월세 4배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와 갈등하는 세입자, 청소년들에게 담배와 술을 배달하며 수고비 받는 것으로 연명하는 노인. 금력 앞에 휘둘리는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저자소개 조정래
‘작가정신의 승리’라 불릴 만큼 온 생애를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는 한국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뛰어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1943년 전라남도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나 광주 서중학교, 서 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후, 왜곡된 민족사에서 개인이 처한 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며 소설을 집필했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단재문학상, 노신문학상, 광주문화예술상, 만해대상, 현대불교문학상, 심훈문학대상 등을 수상했고,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영어·프랑스어·독일어·일본어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영화·오페라·뮤지컬·만화로 만들어졌으며, TV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고 있다. 수상 : 2014년 심훈문학대상, 2006년 현대불교문학상, 1991년 단재문학상, 1989년 동국문학상, 1983년 대한민국 문학상, 1982년 현대문학상약사로 성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한 박경숙은, 시장통에서 시래기를 주워 먹는 지독한 근검절약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쓰러져 식물인간이 되고, 그 원인이 충격적인데 도박과 가상화폐 투자에 빠져든 배승우와 이동욱은 연이은 실패에 마지막 복수를 결심한다. 윤민서의 사촌 윤한서는 상처 후 홀로 살아가던 70대 아버지가 어느 날 중년의 여자와 정식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충격에 휩싸인다. 득달같이 모인 자식들이 아버지를 만류하는 이유는 단 하나인데 취준생 전진혜는 좌절되는 취업에 절망하던 중 우연히 24시간 거동이 불편한 노 회장의 수발을 드는 고액 일자리를 얻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윤민서의 고종사촌은 치매 걸린 아버지가 죽기 전 전 재산 500억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약정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로 한다. 이에 윤민서는 수임료 10억을 거론하며 이태하에게 이 사건을 맡아줄 것을 부탁하는데 오늘도 돈으로 인해 절박해진 의뢰인들은 이태하 변호사의 사무실 문을 간절히 두드린다.
찬사
촉망받는 엘리트 검사였으나 재벌 비리에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로 낙인 찍혀 결국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일하게 된 이태하. 정의롭고 청렴한 행보로 인권 변호사로서 명망을 쌓아가는 그에게는 하루가 멀다 하고 돈과 관련된 사건들이 날아든다. 돈 앞에선 그 진하던 핏줄도 희미해지는가. 아버지가 어머니 몫으로 남긴 유산마저 빼앗으려 소송을 건 딸,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금고를 습격한 형제들의 난타전, 유산 상속이 걱정돼 홀로된 아버지의 만혼을 저지하려는 자식들. 어느 만큼 지니지 못하면 인간의 존엄마저 박탈해 버리는 것이 또한 돈이다. 하루아침에 월세 4배 인상을 요구하는 건물주를 폭행해 체포된 식당 주인, 청소년들에게 편의점에서 담배와 술을 배달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독거노인. 충분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생명마저 위협하는 무서운 중독, 바로 ‘돈 중독’이다. 가난해진 애인과 헤어지고 재력가 남자를 만나려다 변을 당한 여자와 그의 가족들, 로또에 빠져 어머니의 유산을 날리고 목숨을 끊은 가장, 도박과 가상 화폐 투자에 빠져 가족을 풍비박산 낸 두 남자의 인생 마지막 복수 돈의 냉혹함은 남녀노소, 지위 고하, 신념의 유무도 가라지 않는다. 연이은 취업준비 실패로 거동이 불편한 노 회장의 수발을 들기로 한 20대, 운동권의 대부였으나 암에 걸린 남편으로 인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중년 여성 주인공 이태하 변호사를 중심으로 옴니버스 형식으로 짜여진 이야기들은 마치 한 편 한 편이 드라마를 보는 것 같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작가의 예리한 필치와 섬세한 심리 묘사는 각각의 이야기가 지닌 리얼함을 극대화하며 독자들을 강력하게 이입시킨다. 돈의 위력과 인간의 존엄 사이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살아갈 것인가 이런 세상에서 외로이 싸우는 이태하 변호사에게 희망이자 기댈 곳은 선배 한지섭이다.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고, 정치인의 길로 들어섰지만 초심을 잃고 권력과 야합하는 정치 내부의 상황에 환멸을 느낀 그는 귀농하여 살아간다. 자본주의의 경쟁과 탐욕에 휘둘리지 않고, 지혜롭게 균형을 잡으며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작가가 제시하고자 하는 또다른 삶의 가능성일 것이다. 돈으로 신음하는 의뢰인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며 이태하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을 향해 묻는다. ‘도대체 돈이란 무엇인가?’ 그는 대학 시절 ‘인생에서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받은 교수가 내놓았던 답을 떠올린다. “돈은 인간의 실존이자 동시에 부조리다!” 여러 난맥상의 사회 문제와 갈등, 행과 불행의 기저엔 돈이 있다. 자신도 해치고 타인도 해치는 ‘돈 중독’으로 인해 우정도, 신의도, 인권도, 목숨도 무참히 짓밟고 짓밟히는 일은 허다하다. 악화되는 경제 상황으로 모든 가치를 앞질러 날로 막강해지는 돈의 힘…… 이러한 시점에 작가는 우리들에게 엄중한 질문을 던진다. 생존의 도구이자 생존을 위협하는 무기이기도 한 돈의 위력 앞에서 어떻게 노예가 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중심을 유지하며 살아갈 것인가. 등단 50주년을 지나올 때까지 매순간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역사와 사회 문제는 물론 개인의 실존까지 다양한 주제를 천착해 왔던 작가 조정래. 신작 황금종이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으로, 작가는 “돈은 도구이자 수단일 뿐,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는 철학성을 확보해야만 한 번뿐인 삶을 올바르게” 영위해 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매일 생각하고, 매일 걱정하고, 매일 꿈꾸는 것, 우리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 황금종이는 금력을 향한 맹목적인 쏠림을 잠시 멈추고 스스로를 위한 통찰과 각성의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돈에 얽히고설킨 재판을 계속하다 보면 돈이 살아 있는 괴물로도 보이고, 인간을 맘대로 지배하는 절대자로도 보이고, 묘한 생각에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돈에 얽힌 각종 사건들을 맡으며 줄곧 돈이 인간에게 무엇인지, 어떻게 그 노예가 되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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